추석명절이 다가왔습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 명절은 가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부담스러운 연휴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바로 차례상을 차리는 일입니다. 현대의 고물가 시대에서 만찬을 준비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아져서입니다. 사과나 배와 같은 과일은 가격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마트, 심지어 재래시장에서도 제수용 과일로 판매되는 최상품들은 6개 들어간 사과 한박스에 3-4만원 이상의 가격을 뽑아내곤 합니다. 몇 가지 과일만 준비해도 1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르곳하게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돌아가신 조부모와 부모를 위해, 그리고 오랜만에 모이는 친척들을 위해서라도 절약하며 차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전통적인 방식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명절은 즐겁게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 유도회총본부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림과 같이 과일 4종류, 삼색나물, 소고기적, 김치, 송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표준안을 따르면서 조상을 기억하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유교계의 설명입니다. 이번 추석부터는 이러한 방식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한,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온 추석과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은 근거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조선 시대부터 차례상 차리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조선 후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리는 것이 유교 전통이었지만, 현재는 여성들이 이 일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귀신을 쫓는 데 사용되는 음식과 관련된 근거도 없습니다. 이런 오해를 풀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석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하는 차례상 차림 비용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가격 상승으로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명절을 간단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가정에서 먹는 밥상에 과일 몇 개를 더 올리는 것만으로도 간단한 차례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음식 대신 맑은 국을 준비하고, 가장 좋은 그릇과 접시를 사용하면 됩니다. 복잡한 음식 준비가 어렵다면 조리된 식품을 구입해 사용해도 좋습니다. 또한,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간단하게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성묘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 역시 좋은 방법입니다.
추석은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며, 그 의미를 잃지 않도록 간단하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근거 없는 예법이나 오해를 버리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영갑(58)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줄도 모르고 우리만의 세계에 갇혀 우리만의 축제를 즐기며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이것이 진정 공부자(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와 주자의 뜻이겠냐. 아니면 퇴계 선생과 율곡 선생의 뜻이겠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변화는 유교철학의 핵심이므로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유교를 위해 비록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변할 것”을 촉구했다.“제사상에 과일 놓는 순서로 알려진,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곶감)는 근거가 없는 거예요. 그냥 편리하게 놓으면 되고, 제사상에 밥과 국, 나물, 술을 비롯해 과일 몇 가지면 된다고 봅니다.”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혜
조율이시
모두 근거 없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면 조선시대 백성들이 과일이나 떡을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텐데 저런 제사상이 진짜 있었나 싶습니다.
■ 추석 차례, 언제부터 지냈나요?
- 설, 한식, 단오와 더불어 추석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4대 명절입니다.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부릅니다. 추석은 고려 시대 1145년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합니다. 오랜된 명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석에 제사상을 차리듯 차례상 차리기를 시작한 것을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을 주고 양반 신분을 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로가 마치 오래된 양반 가문인것처럼 추석에도 제사상 차리듯 차례상을 차려 과시를 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오히려 명문가에서는 설과 차례상은 아주 간단하게 차리고 고인이 돌아간 날 기재는 제사상을 격식을 갖췄다고 합니다. 안동의 수백 년 된 고택에서는 추석 차례는 성묘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유교가 탄생한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월병이라는 전통 과자를 주고 받은 정도로만 지낼 뿐입니다. 성균관 측은 지금 같은 차례상 차리기는 유교 예법에도 맞지 않는다며 예의 근본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도 큰 예법은 간략하게 한다고 적혀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퇴계 이황의 종가댁 설날 차례상에는 포와 과일 몇 개, 두부전, 떡국과 술이 전부다.
■ 추석 차례상 차리기는 남녀 모두의 일
- 유교전통에서는 제사상 차리기는 남성들의 몫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해주면 상을 준비하고 차리고 치우는 일들은 남성의 역할이었습니다. 오히려 제사상 근처에 여성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일이 여성들의 노동이 됐습니다. 명절 이후 이혼하는 부부가 크게 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지난 5일에도 부산에서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가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60대 여성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장은 "요즘은 다 여성들이 한다고 인식이 되어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남성과 여성이 차례나 제례준비를 함께했다."며 차례상 간소화와 함께 함께 차리기를 강조했습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은 명절은 가족이 즐거운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가족이 상의해서 하는 것이 가장 요하다고 강조했다. - 8월 29일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최영갑 회장과 인터뷰하는 기자
최영갑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은 명절은 가족이 즐거운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가족이 상의해서 하는 것이 가장 요하다고 강조했다. - 8월 29일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최영갑 회장과 인터뷰하는 기자
■ 홍동백서, 조율시이, 좌포우혜, 어동육서, 두동서미 모두 근거없어.
- 모두 근거 없는 예법입니다. 1,200년 전 중국 송나라의 주자가 만든 의례서인 주자가례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성균관유도회도 이런 예법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속담에는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어지럽게 차례상을 차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실 수도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그냥 식사할 때처럼 하면 됩니다. 고인 기준으로 밥과 국, 송편 등은 가장 맨 앞에, 수저와 술은 오른쪽에 놓으면 됩니다. 그 다음 고기, 나물, 김치 등을 놓고 과일은 가장 멀리(후손들과 가장 가까운) 두면 됩니다. 밥 먹은 다음에 과일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 '팥, 마늘,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 올리지 마라!' 근거 없어…….
- 팥, 마늘 빨간 고춧가루나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데 사용하는 것들이니 차례상에는 올리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근거 없습니다. 한국 사람은 마늘 먹고 인간이 된 곰의 후손입니다. 마늘을 귀신 쫓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서양사람들입니다. 서양 미신을 한국 유교 예법과 맞출 이유는 없습니다. 고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조선 초기에는 당연히 없던 식재료입니다. 없어서 상에 오르기는커녕 먹지도 않았던 식재료가 유교 예법을 들어 귀신이 싫어하는 식재료로 둔갑한 것입니다. 고인이 좋아하던 빨간 김치, 그대로 올려도 된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다음에는 싫어하실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귀신이 빨간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믿으신다면, 대추도 빨갛고 감도 빨간색입니다. 그런데 제사상에 필수품처럼 올라갑니다.
■ '치'로 끝나는 꽁치 갈치, 삼치, 멸치나 비늘 없는 장어 안된다는 것도 근거 없어.
- '치'가 들어가는 생선과 비늘 없는 생선은 선조들이 천한 음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제사상에는 올리지 말아야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역시 모두 근거 없습니다. 조선 시대 내륙에서도 구할 수 있었던 염장 조기(굴비)가 제사상에 올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같은 비늘 없는 생선이지만 전라남도에서는 상어가, 경상도에서는 문어, 고래가, 강원도에서도 문어가 제사상에 올라갑니다. 그 시대 그 지역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식재료를 제사상에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치' 자 들어가는 생선은 결코 천한 생선이 아닙니다. 참치, 갈치는 고급 어종입니다.
■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하는 차례상 차림 비용, 시대 뒤떨어지고 기준도 미약.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매년 설과 추석 전에 차례상 차림 비용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전통 차례상 기준 31만 8,045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6.8% 올랐습니다. 차례상 한번 차리는데 30만 원이 넘는다면 여간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족 수 감소로 인해 2018년부터는 간소화 차례상 비용도 발표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트 구입 기준 18개 품목에 14만 1,288원입니다. 그런데 몇 인 기준 차례상인지 궁금해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몇인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 였습니다. 그럼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누가 정했느냐고 물었더니 전통 차례상은 석전보존회에, 간소화 차례상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라는 민간기관에서 정해줬다고 합니다. 석전보존회는 석전(釋奠) 이라는 공자를 모시던 문묘에서 행하던 제례의식을 지키고 보존하는 곳입니다. 공자님 제사상 차리는 기준으로 가정집 차례상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도 유교 관련 기관이 아닙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차례상 차림 비용 발표를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추석물가를 알려준다고 목적이라고 하는데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마트 가고 시장가면 매년 오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굳이 차례상에 올라가야 품목을 정해서 올해는 얼마라고 발표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MZ세대도 어렵지 않은 초간단 차례상 차리기.
- 차례상 차리기는 평소 가정에서 먹는 밥상에서 과일 몇 개 더 얹으면 간단하게 차릴 수 있습니다. 평소 먹는 찌개나 탕 대신 맑은국으로 대신하고, 그릇이나 접시도 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하는 정성이면 됩니다. 번거로운 전이나 나물은 직접 하기 힘들다면 조리된 식품을 사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성균관유도회 측은 전 자체를 아예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지방을 쓰기 힘들다면 조상의 사진을 세워놔도 상관없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이 없어서 지방을 썼을 뿐입니다. 당연히 사진이 고인을 더 기억하게 합니다. 차례 지내고 성묘까지 하는 것이 힘들다면 차례 대신 성묘만 해도 됩니다. 연휴 기간 이용해서 가족들이 여행을 가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1,200년 전 주자도 제자로부터 그 같은 질문을 받고 "여행을 가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여행간 곳에서 조상을 생각하며 간단한 차례를 지내거나 가족이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것 역시 유교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